지입
| 2008-07-26
김씨는 계단을 하루에 250층 정도 오르내린다고 했다. 택배 중 가장 고마운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에 “배송을 갔을 때 직접 받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운송장에 주소와 연락처, 그리고 부재 시 맡길 곳을 정확하게 기재해줄 때 가장 고맙다\"며, \"통상 100개의 화물 중 얼굴을 마주하는 비율은 3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도 화물을 직접 받는 고객은 드물었다.
전반부 평지인 갈현동 33개의 배송이 끝난 시각은 오후 1시 30분. 늦은 점심을 먹고 나자 김씨는 오늘은 배송직원 1명이 출근을 안해 진관동 은평 뉴타운 지역 배송을 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로 15분 이상 떨어진 뉴타운 배송이 끝나자 오후 2시 30분을 넘겼다.
\"날이 이렇게 무더운데 왜 에어컨을 틀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기름 값도 기름 값이지만, 1~2분 주행 후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배송에서 에어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연신 땀을 닦아 냈다. 오후 4시를 넘기면서 갈현동 빌라지역은 굴곡과 오르내림이 심한 골목길의 연속이었고, 4~5층 배송이 서너 번 반복되자 김 씨도 지치는 듯 잠시 쉬자고 했다. 이날 배송과정에서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계단에 앉아 음료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16시간의 중노동, 한 달 수입은 50~60만원 불과
김 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엔 제빵기술자로 10년간 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밀가루 알레르기로 일을 할 수 없어 쉬고 있던 차에 생활정보지에서 월 250만원을 보장한다는 지입차량 광고를 보고 찾아가 택배 일을 시작했다.
택배나 운송 일을 전혀 몰랐던 김 씨는 지입 운수회사 말만 믿고 계약금 100만원과 나머지는 캐피탈회사에서 차입해 총 165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2004년 생산된 지금의 차량을 받았다. 김씨는 \"월 평균 270만원을 벌지만 여기서 70만원은 기름값으로, 차량 할부금 60만원, 하루 용돈 1만원을 빼면 남는 비용은 100여만원, 이 돈에서 다시 보험료, 지입료, 휴대전화 요금, 세금, 차량유지비 등을 제하면 실제 남는 돈은 50~6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씨는 \"돌이켜 보면 월 250만원 수입 보장이란 광고에 속아 참 바보 같은 일을 했다\"며 허탈해 했다.